경제·금융

한진그룹 사주일가 일탈행위, 때마다 불거지는 '오너 리스크'

발행일시 : 2016-06-29 14:58

한진그룹이 안팎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의 생사가 붙투명한 가운데, 내적으로는 사주 일가의 낯부끄러운 일탈 행위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비롯해 일감몰아주기, 적자 계열사에서 배당 받기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시민단체로부터 '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날선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미공개 정보 이용'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검찰 재소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29일 오전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로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이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4월 6∼20일에 두 딸과 함께 보유했던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팔아 1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피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전 회장이 주식 매각을 시작하기 직전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회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최 회장 주변 조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날 소환 조사를 마치고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4년 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긴 최은영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2013~2014년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때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97억원을 챙겨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 제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KPU)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어딘가로 새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영진에 대한 세무조사를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종사노조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28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사측은 임금협상에서 1.9%라는 수치만을 제시하고 단 0.01%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일가가 거액의 대한항공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매년 배당을 받아가면서 임금협상에는 부정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종사 노조는 이와함께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조원태·조현민(조에밀리리) 남매가 지분을 100%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계열사 '사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 등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사이버스카이의 경우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되자 3남매가 보유 지분을 대한항공에 황급히 매각했는데, 이는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관련 조사기관에 소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 한진그룹 보직사퇴는 눈속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9일 '땅콩회항' 사태 이후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모든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말뿐인 사과였다.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지위가 유지되면서 '무늬만 사퇴'라는 논란이 일자 이듬해인 2015년 1월 다시 모든 공식직함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왕산레저개발, 칼호텔네트워크, 인하대 등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지난 3월 15일 재미블로거 안치용씨는 블로그를 통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은 2015년 4월14일 하와이주정부에 제출한 법인서류에서 조 전 부사장이 이사라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5년 4월 14일 와이키키리조트 호텔 이사로 등재돼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5년 4월 14일 와이키키리조트 호텔 이사로 등재돼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 >

이 서류에서 이사는 원종승, 조현아, 조양호, 이태희등 4명이라고 기재돼 있다. 안씨는 "조 부사장은 박창진 등 승무원이 뉴욕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하와이주에 영업중인 법인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측은 이런 의혹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사임한 이후 한진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서 어떤 업무도 수행한 바 없고, 급여를 받은 바도 없습니다. 또한, 국내외 모든 계열사의 직책에서 사임하였습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와이키키리조트 호텔에서 사임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한진그룹의 최근 사태에 대해 "한진그룹은 전형적인 재벌의 부정적인 단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총수일가들이 경영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사익을 챙기려는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형사처벌을 강화해도 잘못된 사고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각성하고 기업윤리관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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