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룻밤 묵은 아디시 민박집에는 14살 딸과 대학생 아들이 있다. 딸은 쿠타이시에서 공부를 하고 아들은 트빌리시에서 대학을 다닌단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라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을 돕는단다.

14살의 나티아는 영어를 잘한다. 손님들 시중도 들고 청소 빨래까지 도운다. 이쁘기까지 하다. 식사준비도 도운다.

이스라엘사람들은 검소하다. 옷도 검소하고 먹는것도 간단히 먹는다. 그걸 먹고 걸을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이스라엘은 알뜰하게 모아서 부자가 되고 기회가 될때 기부도 크게한다.

하지만 난 큰 부자는 되지못할지언정 인색하게 살고 싶지가 않다. 살아가면서 주위와 조금씩이나마 나누고 함께 행복하고 싶다. 시골 민박집에서 밥을 해먹으면서 다닐 일은 아니라고 본다.

여행하면서 이스라엘청년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그때는 젊은이들이라 그런가했다. 이번에는 나이든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않은듯 싶다. 이스라엘을 한번 여행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모르는 내용이 분명히 있을듯 싶다.
아침일찍 이스라엘단체팀은 출발을 한다. 아침도 포리지정도로 먹고 출발을 한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한사람은 안가고 우리옆에 앉아있다. 왜 출발을 안하냐고 물었더니 몸이 안좋아서 차를 불렀단다. 이프라리로 차를 타고가서 일행들과 만날거라고 한다.

우리도 아침먹고 출발했다. 나티아오빠가 우리가 부탁한 말을 데리고 왔다. 갈기에 윤이 자르르 흐른다. 이름이 샤우룩이란다. 나티아가 나보고 타고 가란다. 내가 괜찮다고 했더니 배낭이라도 실으란다. 강을 건너기위해 빌린 말인데 짐지우기가 싫다.

강상류까지 걸었다. 우리가 안타니깐 나티아오빠가 탄다. 우리때문에 5킬로미터를 걸어가야하니 미안하던차에 잘되었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아디시마을과 멀어지면서 자꾸 돌아봤다. 소박하고 이쁜 마을이다.

그림같이 이쁜 초원에 몇개의 텐트들이 보인다. 몇년전이었으면 남편이 텐트를 지고 이길을 걷자고 했을것이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몇년전 텐트와 먹거리지고 강행했던 북알프스종주때가 생각난다. 불과 몇년만에 게을러져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드디어 빙하가까이 왔다. 빙하녹은 물이라 차가운데다 물살이 세다. 우리는 미리 말을 한마리 데리고와서 강을 쉽게 건넜다. 샤우룩에게 무한감사 쓰담쓰담을 선물했다. 나티아오빠한테 다른 사람들도 건네주고 돈벌라고 했더니 좋아한다.

어제의 얄미운 가이드팀들도 강에서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강을 못건너고 있는데 한 젊은이가 씩씩하게 신발을 벗고 건넌다. 다같이 박수를 보냈다. 어땠냐고 물으니 얼음같은 물이란다. 빙하바로 아래니 당연하다.

30대후반의 젊은이 4명이 우리를 앞질러간다. 계속 다른 팀을 추월하면서 걸었는데 젊음에는 못당한다. 빙하전망이 좋은 곳에서 만났다. 에너지캡슐을 하나씩 건넸다. 젊은이는 견과류를 준다.

빙하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는데 얄미운 가이드팀이 도착한다. 남편이 가이드에게도 에너지캡슐을 줬다. 내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다. 마음에 맺히는 것이 없다. 가이드가 무지 고마와한다.

가이드팀하고도 헤어지고 이스라엘팀하고도 헤어졌다. 우리가 빨리 걸으니 그이후로는 마주치지 못했다. 한국인 젊은이를 만났다. 지난번 카즈베기에서 같은 버스를 탔던 사람이다. 무지 반가왔다.

노르웨이청년 2명 덴마크청년 2명 한국인 3명이 팀이 되어 걸었다. 노르웨이청년과 덴마크청년들은 원래 친구란다. 휴가중 일주일을 친구들과 트래킹하는거란다. 나머지 휴가는 가족과 보낼거란다. 직업은 기자란다. 다들 똑똑해보인다. 남편하고 노르웨이기자하고 죽이 맞아서 이야기하면서 앞질러가버린다.

나는 야생화에 취하고 빙하에 반해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빙하가 참 잘생겼다. 많은 빙하를 봤지만 이렇게 하단까지 완벽하게 이쁜 빙하는 드물게 본다.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또하나의 빙하가 나타나서 사람을 어지럽게 만든다.

오늘 걸은 길은 단연코 조지아최고의 트래킹코스다. 특히 야생화가 만발한 계절에 빙하와 설산을 즐기는 것은 트래킹의 으뜸이다. 스바네시특유의 마을풍경은 또다른 양념이다. 빙하가 잘보이는 계곡언저리에서 4명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덴마크친구가 벤조를 꺼내더니 다같이 노래를 한다.

사진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줬다. 기자들이라는데 아무도 카메라를 가지고있지 않다. 셀폰으로 중요함 곳에서 한두장씩 찍고만다.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고 추억으로 간직하는 모양이다.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멋져보인다.

오늘 계획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프라리에서 우쉬굴리까지는 차도라서 걷지 않고 차를 탈거라했더니 지들도 그럴거란다. 큰차를 만나면 같이 타고가자고 했다.

칼데에 도착하니 게스트하우스겸 카페가 있다. 다같이 앉아서 맥주 콜라등을 마셨다. 칼데게스트하우스앞에 차가 서있다. 주인아줌마에게 물으니 우쉬굴리까지 타고 갈수 있단다. 백인친구들은 이프라리까지 걸을거란다.

한국인한테 우리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큰차를 만나기 쉽지않을텐데 3명 4명으로 나누는것이 나을거다. 한국청년이 좋단다. 차비는 우리가 낼거라했더니 맥주값은 한국청년이 계산했다.

백인친구들하고 우쉬굴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차를 타고 출발했다. 주인아줌마가 동네남자한명을 이프라리까지 태워주란다. 옆에 낑겨타더니 좀 가다가 차를 세우고 꽃을 꺾어준다 난 꽃꺾는거 안좋아하는데 싫다할수도 없고 고맙다고 했다.

이프라리에서 내린다더니 우쉬굴리까지 같이 타고왔다. 오는 내내 기사하고 노래틀고 부르며 좋아한다. 달리는 노래방이다. 구불탕길을 노래들으며 한시간가량 달렸다.

우쉬굴리에 도착했다. 민박집들은 맘에 안든다. 동네입구에 새로지은 호텔이 있다. 아직 공사중인듯 보이는데 내부는 영업중이다. 새로 짓는 호텔이라 깨끗해서 좋다. 하룻밤 자기로 했다.

호텔옆 식당에 와서 저녁을 주문하는데 백인친구들이 지나간다. 우리 호텔을 알려줬다. 4명은 미리 봐둔 민박집이 있어서 거기 들렀다 오겠단다.

저녁먹고 있는데 노르웨이기자가 왔다. 지네들은 다른 민박집 구했단다. 저녁식당도 아래쪽이 자리예약하고 왔단다. 우리보고 야외테라스에서 맥주마시자고 한다. 저녁먹고 같이 맥주마셨다

기자들이 한국에 트래킹할곳이 있냐고 묻는다. 먼저 제주도를 추천하고 가을단풍 설악산을 추천했다. 산에서 만난 사이라 대화는 주로 산이야기다. 덴마크친구는 6개국어를 할수있다며 한국어도 배우고 싶다한다.

사회에서 자리잡은 30대후반 북유럽의 지성인 젊은이들과 하루를 함께했더니 젊어진 기분이다. 7명이서 이산 저산 이야기하는데 조지아 최고봉 샤카라에 해그림자가 드리운다. 우쉬굴리의 하루가 저문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