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쉬굴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란다. 우쉬굴리에서 보면 조지아 최고봉인 쉬카라산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5200미터가 넘는 산인데도 마치 동네앞산처럼 보인다. 카즈베기와는 산의 생김이 다르다. 더 높은데도 카즈베기보다 순해보인다.

우쉬굴리 바로 아래마을인 차자쉬마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아침일찍 부푼 가슴을 안고 차자쉬로 가서 마을구석구석을 다녔는데 특별한 것을 못 느꼈다. 코시키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돌담 군데군데 풀도 자라고 나무까지 자란다.

아디시마을의 코시키에는 나무도 자라고 있었는데 원형이 많이 파손되어 안타까왔다. 차자쉬마을의 코시키는 꽃도 피고 풀도 자라지만 원형보존이 잘되어있다. 가장 오래된 코시키때문에 차자시마을이 유네스코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수시로 보이는 코시키가 궁금해서 나티아에게 물었었다. 14살의 소녀가 아는 것은 한정적이다. 영어는 곧잘 하는데 역사적 배경이나 건축에 관해 자세히는 모른다. 하긴 우리나라 청소년들중에도 한옥건축에 대해 잘 아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

나타샤의 설명에 따르면 대개 3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은 가축이 살고 2층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3층은 유사시 대피하는 곳이란다. 겉으로 보면 입구가 안보이는 것이 많다. 사다리로 드나드는 모양이다. 사다리가 없으면 아무도 들어갈수 없는 구조다. 예전에는 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한다.

차자시마을 가장 높은 곳에 약간 다른 모양의 코시키가 있다. 여왕의 겨울거주지였고 나라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때 회의하는 장소였단다. 지금은 코시키와 옛터만 남아있다. 우쉬굴리와 차자시마을 전부가 다 내려보이는 좋은 위치에 있다.

차자시마을을 돌아보고 다시 우쉬굴리로 올라왔다. 식당으로 와서 아침을 먹었다. 주문을 하는데 말이 안통해서 부엌으로 들어가서 눈에 보이는걸로 주문했다. 야채스프를 끓이고 있는데 맛있어 보여서 주문했다. 화덕모양이 기능적이다.

아침먹고 메스티아나가는 차를 예약해두고 마을산책을 나갔다. 언덕을 따라 묘지와 교회를 지나 마을안으로 들어왔다. 우쉬굴리는 몇집안되는 마을인데 한집건너 민박집이다. 마을을 돌아보는데 노르웨이기자가 인사를 한다.

기자팀들은 차를 빌려서 빙하투어간단다. 어제저녁 이야기할때 오늘 하루종일 우쉬굴리에 있어야하는데 심심해서 어쩔까 고민하길래 내가 메스티아로 같이 나가자했더니 저녁에 픽업오기로 되어있어서 어쩔수 없단다. 빙하트래킹을 추천했더니 생각해보겠다고 했었다. 다행히 지프를 구해서 빙하보러 간단다.

우쉬굴리는 멍때리고 있기엔 괜찮은 동네지만 시간이 아까운 패기있는 젊은이들에겐 갑갑할수 있는 마을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도착해서 마을을 돌아보고 메스티아로 떠나던지 트래킹을 시작한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반대방향으로 할 수도 있다.

걸어보니 반대방향으로 하는 것이 경치를 더 즐기는 방법이 될 듯 싶다. 2200미터에서 시작해서 1700미터에서 마무리하니깐 걷는 것도 더 편할것이다. 메스티아에서 차를 타고 우쉬굴리로 와서 하루 자고 아침 일찍 트래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텔로 돌아와서 주인아저씨를 불러서 출발하자고 했다. 10시에 가기로 해놓고 늦장이다. 아까 물었을때 120라리라 해놓고 말을 바꾼다. 한국친구한테 120라리니 같이 가자고 했는데 황당하다. 다행히 한국친구가 여행경험도 많고 이해심이 많은 친구다.

차를 타고 출발했다. 비포장도로라 앞에 차가 가거나 만나면 먼지가 장난아니다. 트래킹하면서 맑아진 심신이 다시 먼지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앞에 같이 트래킹했던 일본청년이 앉아있다. 창문을 열고 인사했다. 일본청년은 우리가 차타고 왔던 길을 먼지마시며 걸어온 모양이다.

아저씨가 청년에게 자기호텔 추천하라고 채근한다. 호텔에서 잘것같지 않지만 호텔 이야기해줬다. 먼지 나는 길을 8킬로 걸어서 우쉬굴리까지 가야한다니 끔찍하다. 우리는 차를 타고 우쉬굴리로 가길 잘했다고 또 한번 말했다. 남편이 미리 트레일을 잘 분석한 결과다. 잘했다고 뽀뽀해줬다.

아침시간이라 우쉬굴리로 들어오는 차가 하나둘이 아니다. 출발할 때는 창문 열고 출발했다가 나중에 닫아버렸다. 화생방훈련도 아닌 먼지훈련코스다.

아저씨는 관광객같아 보이는 차를 보면 창문을 열고 우리한테 호객행위를 시킨다. 나는 시키는 대로 호텔광고를 해줬다. 돈내고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아침에 아저씨보고 식당 가게 호텔 아저씨꺼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내가 아저씨 부자네 했더니 은행빚이라고 우는 소리를 하더니 은행빚 금방 갚을 기세다.

한국친구는 혼자 여행하면서 들은 이야기가 많다. 조지아 젊은 공무원 월급이 4백라리란다. 우리 차비가 150라리니 돌아가는 길에 손님태우고 가면 한달 월급을 하루에 버는격이다. 순박하던 시골사람들이 너도나도 빚내서 차사고 호텔지을 이유가 충분하다. 우쉬굴리트래킹은 조지아에서 본 최고의 경치다. 앞으로도 관광객이 점점 더 늘어날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메스티아들어오는 길에 아저씨는 걷고있는 백인친구들을 보더니 창문을 열어서 찜한다. 러시아말로 뭐라뭐라하는데 우리내려주고 태우러 갈 모양이다. 메스티아에 우리를 내려주는데 차가 먼지투성이다. 45킬로 오는데 2시간30분 걸렸다.

차타고 온것이 하루종일 트래킹한것보다 더 힘들다. 기진맥진 호텔로 돌아오니 집에 온듯 싶다. 빨래도 다하고 침대에서 푹 쉬었다. 쉬다가 박물관 문이 열렸으니 보러가자고 했다. 첨에 호텔이라고 어떤 아저씨가 날 끌고간 박물관이다. 박물관호텔이라는 것이 어떤지 확인도 해보고싶던 참이다.

차타고 온것이 하루종일 트래킹한것보다 더 힘들다. 기진맥진 호텔로 돌아오니 집에 온듯 싶다. 빨래도 다하고 침대에서 푹 쉬었다. 쉬다가 박물관 문이 열렸으니 보러가자고 했다. 첨에 호텔이라고 어떤 아저씨가 날 끌고간 박물관이다. 박물관호텔이라는 것이 어떤지 확인도 해보고싶던 참이다.

박물관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경비아저씨가 다가온다. 산위쪽으로 가면 빙하가 보이고 경치가 좋단다. 6시까지 리프트를 운행한단다. 아마 우리가 트래킹할때 본 스키리조트인가보다. 주말에는 운행을 하나보다. 관심있게 들어주니 내일오전 10시에 만나잔다. 자기차로 태워준단다. 아저씨 부업하시려나 보다. 근데 트래킹하면서 빙하는 마음부르게 봤다.

박물관옥상에 올라가니 동네전망이 정말 좋다. 아줌마들이 단체로 와서 경치를 가리고 라이브쇼를 하신다. 나도 폼잡고싶어서 한참 기다렸다. 아무리 박물관을 돌아봐도 호텔일수가 없다. 그 아저씨는 왜 나를 박물관호텔이 있다면서 이리로 데려왔는지 이해가 안된다.

경비를 불러서 이야기하는 틈에 도망치기 정말 잘했다. 원래 호객꾼들한테 안당하는데 시골이라 방심했었다. 시골이건 어디건 몸조심 사람조심해야겠다. 남편하고 둘이서 별별 상상을 다하며 식당으로 갔다. 담부터는 절대로 호객행위에 당하지않기로 맹세했다.

관광안내소에 가서 10월에 트래킹이 가능한지 물었다. 날씨에 달렸단다. 메스티아 홈페이지에 있는 메일로 트래킹 전에 문의하고 시작하란다. 여행계획을 일주일전에 잡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다.

식당에 가니 안면있는 직원이 반겨준다. 오늘은 야외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하우스와인 작은 주전자로 시켰다. 감자튀김하고 소시지도 시키고 마쪼니도 2개 시켰다. 이른시간부터 와인이 술술 넘어간다.

소시지 먹고 오스트리하고 버섯요리 팥죽을 또 시키니 직원이 놀란 눈으로 배고프냐고 묻는다. 우쉬굴리에서 오늘 나왔다니깐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장장 3시간에 걸쳐 계속 먹었다. 와인 두잔에 헤롱헤롱 세상이 흔들흔들 기분이 좋다.

호텔 들어오는 길에 옆가게에 들러 쥬스와 담배를 샀다. 드디어 남편의 한국담배가 다 떨어지고 사서 피게 되었다. 가격은 한국보다 싸지만 맛이 다르다고 한다. 연기는 같은 맛인데 담배맛이 다르다니 이해가 안된다.

방으로 와서 침대에 푹 쓰러졌다. 침대에 날 끌어당기는 자석이 있는 듯 싶다. 저절로 눈이 감긴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더니 그 말이 실감난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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