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투미는 조지아를 유럽과 이어주는 관문이라 할수있다. 국제적인 도시답게 외양은 화려하다. 흑해비치는 니스해변못지않는 광경이 펼쳐진다. 비치도로에는 기하학적인 초현대식 건물들이 계속 공사중이다.

반면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소박하다. 아파트뒷마당 하늘에는 빨래들이 가득하다. 신기하게도 도르래를 이용해 지지대에 연결해 각자 베란다에서 빨래를 밖에다 내다건다. 아이들이 빨래가득한 마당에서 노는 모습이 귀엽다.

아침도 밥으로 먹으니 너무 좋다. 배가 부른데도 숭늉까지 다 먹었다. 행복은 가득차린 성찬에 있지 않다. 입에 맞는 음식을 매일 먹을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드디어 부푼 가슴을 안고 수산시장으로 갔다. 대중교통으로 가보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기다리는 2번버스가 오지 않아서 마슈르카를 탔다. 요금을 내고 타서 보니 다들 내릴때 낸다. 가다보니 다른 길로 간다. 중간에 내려서 그냥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지붕에 전화번호를 붙이고 다니는것은 대부분 미터택시다. 기다려서 전화번호달고다니는 택시를 탔다. 아저씨가 성격이 활발하다. 명함을 주시면서 택시가 필요하면 전화를 수산시장까지 2라리나왔다.

수산시장에 대한 기대는 완전 깨진다. 넓디넓은 흑해에서 대도시 바투미의 수산시장인데 내손바닥보다 좀 크다. 우리나라 마트의 해물코너보다 더 작다. 해물종류도 많지않다.

몇바퀴를 도는데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혹시 바깥쪽으로 더 큰 시장이 있나싶어서 나가서 둘러보았다. 시장은 없고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에 들아가니 수산시장에서 장을 봐오면 요리를 해준단다. 사람들 테이블을 보니 대부분 튀김요리들이다. 느끼한 조지아음식에 질려서 장보러왔는데 다시 속이 느글거린다.

시장으로 다시 갔다. 기대를 줄이니 시장이 커보인다. 싱싱하다못해 팔팔한 가재를 점심거리로 샀다. 삶아서 까먹을 요량이다. 우럭사촌양반을 4마리샀다. 저녁매운탕으로 끓일거다. 홍합도 샀다. 삶아서 내일아침 밥말아먹을거다.

손질해주는데 1라리씩을 더 받는다. 홍합손질하는데 옆에 서있으니 아줌마가 웃어주신다. 말은 안통해도 웃으면 다 통한다. 깨끗하게 손질해서 담아주신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더이상 대중교통 체험하겠다고 고생하고 싶지가 않다. 바투미의 습도높은 더위가 숨막히게 만든다. 이럴땐 에어콘 틀어놓고 숙소에서 밥먹고 쉬는게 최고다.

가재를 흐르는 물에 목욕시켰다. 다들 시원해서 가재발을 흔들면서 좋아하는듯 하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열탕에 넣을려니 미안하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오늘 돌아가실 가재양반들이니 할수없다.

냄비를 불에 올리니 가재들이 탈출하겠다고 냄비벽을 기어오른다. 그러다 차차 따끈하게 온탕을 즐기다가 주무신다. 벌겋게 익은 몸으로 변신을 해서 식탁에 올랐다.

밥도 너무 맛있게 되었다. 쌀을 잘 골랐다. 가재보다 밥이 더 맛있다. 파도 살짝 데쳐서 양파하고 같이 초고추장에 버무렸더니 맛있는 파김치대용이 되었다.

황제의 성찬이 부럽지않다. 한접시가득한 가재를 남편하고 둘이 다먹었다. 살이 탱탱하다. 조그만 집게발에도 살이 들어있다. 자라면 랍스터가 될까 했더니 남편이 비웃는다.

저녁전에 흑해비치를 산책나갔다. 비치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무지 많다. 쭉쭉빵빵 미남미녀들이 살을 다 드러내고 놀고있다. 남편은 땡볕에 비치가는것이 귀찮다고 짜증을 낸다. 휴양지만 가면 귀찮아하는 귀차니즘이 또 나온다. 난 파라솔하나 빌려서 젊음이 난무하는 해변을 즐기고싶은데 남편은 취향이 아니다.

할수없이 다시 걸어오는데 빨간 코끼리차가 지나간다. 아무도 안타고 있길래 타도되냐고 물으니 타라한다. 1인당 10라리란다. 기사하고 조수아가씨하고 둘다 영어를 못한다. 그냥 눈으로 구경하는수밖에 없다.

바투미해안도로를 따라서 한바퀴돌고 내렸다. 크지않은 도시라 걸어서도 구경이 가능한 곳이지만 앉아서 투어하는것도 나쁘지않다. 한바퀴돌고 호수공원입구에서 내렸다. 집으로 왔다.

저녁은 우럭사촌 4마리로 매운탕을 끓였다. 비장의 히든카드 짬뽕양념을 꺼냈다. 마늘을 2통 까서 얇게 썰어서 먼저 짬뽕양념에 볶았다. 그리고 물을 부어서 끓을때 우럭사촌을 넣는다. 고기국물이 푹 우려나오고 국물이 진국이 된다. 양파하고 고추를 넣고 다시 한소쿰끓였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고 마무리했다.

생선이 싱싱해서인지 비장의 짬뽕양념맛인지 너무 맛있다. 생선살이 생긴것도 우럭을 닮았더니 맛도 우럭비스무레하다. 4마리를 다 해치웠다. 배가 어찌나 부른지 움직이기가 힘들다. 우리의 행복한 하루를 위해 희생하신 가재장병들과 물고기사병들의 명복을 빈다. 내일아침은 홍합탕이다. 음하하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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