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지아에서 마지막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날이다. 다니면서 빠진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을 마무리하고 차를 반납하면 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산에서도 하산시에 사고가 나고 렌트카도 반납일에 사고가 많이 난다. 사고는 긴장을 푸는 순간을 노린다.

아침먹는데 한상가득 차려준다. 부페로 차리면 먹을만큼 먹으면 되는데 한상가득 차려주니 둘이서 다 먹을수가 없다. 반이상을 남겼다. 점심삼아 좀 챙길까하다 관뒀다. 산이나 오지에서처럼 식당이 없는것도 아닌데 괜찮은 식당에서 제대로 잘 먹자싶다.

차를 타고 쯔바리로 향했다. 지난번 못가서 아쉬웠던 곳이다.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20킬로정도 가면 된다. 산 정상에 있어서 안갔는데 가보니 산길을 돌아 올라가니 완만하게 올라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므츠케타가 강건너 보인다.

3줄기 강이 합쳐지는 부분에 므츠케타가 자리잡고 있다. 천사가 기둥을 옮겨서 교회를 지을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스베티스코벨리교회가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 새롭다. 쯔바리교회와 함께 조지아기독교의 성지라 한다. 두 교회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교회안에 들어가서 촛불을 밝히고 돌아봤다. 다들 열심히 기도드린다. 조지아정교에서는 다들 서서 기도를 드린다. 십자가앞에 입을 맞추거나 기둥에 머리를 대고 기도드리기도 한다. 햇살이 중앙십자가위를 비추는데 성스럽다.

쯔바리교회는 6세기에 지어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4세기에 니노가 나무십자가를 세운것을 중심으로 교회를 지은 것이다. 트빌리시의 오래된 교회들에서 성니노의 흔적을 많이 본다. 순례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교회라 한다.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아 아나누리로 갔다. 카즈베기갈때는 마슈르카를 타고 가느라 들르지 못했던 곳이다. 도로에는 수시로 소들이 지나간다. 거리의 무법자이다. 한달가까이 조지아를 다니면서 소나 돼지 닭들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신기하게도 사고를 보지 못했다. 동물들이 자연스레 속도방지턱을 만들어주는듯 싶다.

아나누리가는 길에 댐을 만났다. 댐덕분에 아나누리는 호수같은 경치를 가지게 되었다. 아나누리교회는 마치 호숫가 교회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수영도 즐기고 주말을 그림같은 호수비치에서 즐기고 있다.

교회안에서 의식이 치러지고 있다. 성직자앞에 아이들이 줄서서 성직자가 니누어주는 뭔가를 받아먹는다. 그릇에 담은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숫갈씩 먹인다. 부모들은 옆에서 감동하고 갖난 아이들까지 부모품에 안겨서 한입씩 받아먹는다. 나도 받아먹고 싶은데 어른은 안주는듯 싶다.

밖에 나와서 한바퀴 돌아보니 코시키가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 있다. 스바네티지역에만 있는게 아니다. 그러고보니 군데군데 자주 봤다. 한동네에 하나정도씩 본듯하다. 스바네티쪽은 집마다 하나씩 세웠지만 다른 지역은 동네에 하나정도씩 있는듯 하다.

내부가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창문이 없어보이는데 내부는 환하다. 더구나 안에서 바깥전체를 잘 볼수있다. 벽두께가 층마다 다른데 올라갈수록 벽두께가 얇아지고 내부공간은 넓어진다. 대단한 건축기술이다. 꼭대기층에서는 적에게 공격할수 있는 구조다.

친구아들이 스탈린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고리로 갔다. 원래 코스에는 없었는데 스탈린의 고향이라 해서 들러보고 싶다. 4차선 고속도로를 달린다. 제한속도가 110킬로라니 남편이 신났다. 도로상태가 안좋다하면서도 자꾸 속도를 낸다

고리에 도착해서 스탈린박물관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점심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전부 조지아식 만두를 먹고 있다. 나도 만두를 시켰다. 음료수가 나오고 한참을 기다려도 음식이 안나온다. 다른 테이블은 죄다 먹고 있는데 이상하다.

왜 안나오냐고 물어보니 주문이 안들어갔단다. 직원이 당황해한다. 근데 우리는 시간이 없다. 렌트카사무실에서 될수있으면 일찍 와달라고 메시지가 왔다. 일요일인데다 내일 아르메니아행 차도 부탁해 놓았다. 그냥 일어나서 물값만 내고 나왔다.

스탈린박물관으로 갔다. 동상앞에 젊은이들이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같이 찍자고 한다. 슬로바키아에서 왔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같이 김치를 외친다. 졸지에 한국식 사진찍기놀이했다. 김치가 스탈린고향에서 불려질줄이야...

스탈린생가는 석조보호건물안에 보호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소련의 독재자가 되었다. 박물관내부도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에 비하면 초라해보인다. 70세 생일에 중국에서 보낸 선물들이 인상적이다.

스탈린전용열차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부엌도 있고 욕조가 딸린 목욕탕도 있다. 스탈린 전용객실이 있고 다른 객실도 있다. 회의실은 넓직하니 여러명이 회의할수가 있다. 스탈린당시에는 사치스런 기차였을듯 싶다.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길에 므츠케타에 다시 갔다. 나무십자가목걸이를 해보니 맘에 든다. 다른데서 더 사려고 했었는데 구할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을 격려해준 친구들이 떠올라서 더 사고 싶었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내 소박한 마음의 선물이 되면 좋겠다.

스베티츠코벨리교회입구가 북적거린다. 일요일이라 기도하러 온 사람들도 많은데다 결혼식을 마을 광장에서 치르고 교회로 들어온다. 사진도 찍고 예배도 드린다. 교회근처가 축제분위기다. 주차장에는 허니문장식을 한 차들이 빵빵거리고 신나한다. 지난번 한적하게 돌아보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트빌리시로 돌아와서 주유소에 들러 가득 채우고 렌트카사무실로 갔다. 반납시간보다 일찍 가니 좋아한다. 일요일이라 직원은 아무도 없고 매니저혼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일찍 오길 잘했다.

내일 예레반가는 차를 주문해놓고 호텔로 돌아왔다. 차를 반납하고 내일은 기사딸린 차를 렌트하려고 기대했었는데 렌트카매니저의 제안에 넘어가 차를 렌트했다. 잘한건지 잘 모르겠다. 남편은 가는길에 이곳저곳 들러볼수 있다며 좋아한다. 기사가 동행하면 아무래도 불편한 점도 있다.

호텔근처에서 제일 잘한다는 레스토랑에 갔다. 레스토랑을 찾아 길을 헤매는데 왠 아저씨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뉴욕 플러싱에서 치과보조로 일했었다고 한다. 한국말을 몇마디하는데 반갑다. 레스토랑을 물어보니 알려준다.

레스토랑은 괜찮아 보인다. 백년이 넘은 요리책레시피로 요리를 한다고 직원이 설명해준 다음 주문을 받는다. 시중에서 3라리정도 하는 만두가 13라리다. 와인도 비싼거라고 쥐눈물만큼 준다. 요리는 맛있다.

나는 닭가슴스테이크를 시금치위에 올린 것을 시켰는데 시금치가 거의 우리나라 나물맛에 가깝다. 남편은 돼지고기말이와 감자를 시켰는데 껍질이 바삭거리게 구워나왔다. 맛은 좋은데 양이 작아서 만두를 더 시켰다. 조지아에서 양이 작다고 느낀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듯 싶다.

근데 요리시간이 넘 오래 걸린다. 백년된 레시피로 요리해서 요리시간도 더 걸리나 보다. 양도 작은데다 음식이 늦게 나와서 시장이 반찬이 된다. 조지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아직도 조지아가 낯설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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