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의 여행을 마쳤다. 아침에 짐을 꾸리는데 큰 가방이 반으로 줄었다. 큰배낭에 들었던 등산화 겨울자켓등을 옮겨넣고 큰배낭도 구겨넣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쇼핑이나 좀 할걸 하고 잠시 생각했다.

12시에 체크아웃한다고 했더니 정확하게 청소하는 아줌마가 오셨다. 옷이며 신발이며 버릴것들 설명해드리고 우리가 사용했던 수건들 삶아빨고 있는걸 보여드렸더니 고맙다 하신다. 인사하고 정든 아파트를 떠났다. 8박9일동안 편하게 잘 지냈다.

택시타고 가자고 했더니 남편이 기차타고 공항으로 가잔다. 시간이 많이 남으니 체험삼아 그러자했다. 벨로루스카야역으로 가서 공항열차역으로 갔다. 표를 사고나서 보니 한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와인바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대낮인데도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나누는 사람들이 많다.

모스크바의 공항들중에서 우리는 북쪽 세레메티에보공항으로 간다. 모스크바외곽동네들을 지나간다. 새로 짓는 대형건물들 대형요트장 초록이 무성한 공원들 사람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사람들이 어디가 가장 좋은 여행지냐고 자주 묻는다. 생각해보면 사람사는 곳 다 비슷비슷하다. 경치좋은 곳도 그렇고 문화유산이 대단한 곳도 다 거기서 거기다.

가장 좋은 여행지는 내집이 있는 곳이다. 인사나눌 이웃이 있고 내추억이 잔뜩 묻어있는 곳이다. 여행을 다니는 이유중 하나가 집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아는것이다. 지금 내게 최고의 여행지는 집이다. 이제 나는 짐을 꾸리고 집에 대한 동경을 가득 안고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의 여행은 현재진행형이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