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해안은 선의 예술이다. 아메리카빌리지를 출발해서 서해안을 구비구비 돌아서 북쪽으로 향했다.

비치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

키 큰 등대에 올라가서 내려보는 경치는 마음속 깊은 시름까지 다 날려준다

처음에는 비치마다 서서 사진도 찍고 이름도 기억했다.

가면 갈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절경에 왠만한 비치는 통과했다.

만자모가기전에 들어간 소바집이 제대로다. 일본어메뉴밖에 없는 식당이라 소바정식을 시켰다.

오키나와소바와 두부 밥이 나왔다. 소바안에 들어있는 돼지갈비찜이 입에 넣으니 살살 녹는다. 두부볶음도 맛있어서 남기지않고 다 먹었다.

만자모로 가니 관광객이 붐빈다.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다 관광객에 밀리니 부산스럽지만 나름 재미있다. 토요일이라 단체여행 온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남학생들에게 껴서 사진 찍었다. 갑자기 30년은 젊어진 기분이다.

다시 북쪽으로 가다가 마트에 들러서 간식도 사고 돋보기도 샀다. 친구들이 부탁한 폴더형 돋보기가 없어서 못 사서 서운하다. 폴더형이 있으면 수십 개 사가려고 했는데 아쉽다. 다른 쇼핑몰을 뒤져봐야겠다.

군것질하면서 북쪽으로 달려 비세후쿠기 가로수 길에 도착했다.

비세마을의 후쿠기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가로 수길을 산책했다.

물소마차를 탈수도 있고 자전거를 빌려서 탈수도 있다.

우리는 그냥 걸었다.

물소는 시간이 부족하고 자전거는 기술이 부족하다.

걷는 내내 힐링이 이거다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후쿠기나무가 품어내는 싱싱한 공기들이 호흡기를 청소해주는 기분이다.

순로를 따라 2킬로미터정도를 걷는 내내 감탄사가 모자란다.

친구는 오늘 다닌 곳 중 제일 좋다고 한다.

추라우미수족관은 예전에 갔었던 곳이라 생략했다. 오늘 예약한 숙소까지 6시전에 가야한다. 후쿠기나무길을 더 걷고싶은데 아쉬움을 남기고 차를 달렸다.

58번국도길을 따라 오키나와북쪽끝으로 향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서쪽 하늘로 해가 저물고 있다. 수줍은 해님이 구름 사이로 인사를 남기며 떠나간다.
해안을 따라 달리는 58번국도가 아름답다. 열심히 달려서 6시전에 숙소에 도착하니 상냥한 주인아줌마가 반기며 맞이한다. 차를 세우고 짐을 내려서 내가 좋아하는 전통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 아줌마가 목욕탕과 화장실을 안내해주신다. 땔나무로 덥힌 전통목욕탕이 정겹다. 저녁을 먹고 목욕하라고 알려주신다. 저녁 먹으려고 식당으로 가니 일본인 손님 3명이 먼저 와있다. 어설픈 뷔페식인데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돼지족발이 냄새도 안 나고 부드럽다. 주인아저씨가 같이 테이블에 앉아서 일본말로 이야기가 길다.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30분이 걸린다는걸 아신다.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식을 다 말하시는데 내 일본어가 넘 짧아서 더이상은 와까리마셍으로 결론지었다.

저녁 먹고 집밖으로 나와서 잠시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진다. 은하수가 흐르고 별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주위에 불빛이라곤 우리 숙소 밖에는 없다. 마침 달도 없는 시간이라 별들하고 실컷 놀았다. 얼마만에 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냐며 행복해한다. 불빛 하나 없는 세상으로 별들이 쏟아 내린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