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출발하기 전 기상을 계속 체크했었는데 지난주까지 내내 장가계의 낮 기온이 15도이상이었다. 춘지에를 지나면서 꽃샘추위가 닥쳤는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설상가상 오늘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린다. 어제 추위에 고생해서 오늘은 단단히 준비를 했다.

공원입구에서 입장 카드와 지문 대조를 하고 입장했다. 나날이 달라지는 중국을 실감한다.

걸어가다 보니 한 방울씩 내리던 비가 양가계에 도착하니 본격적으로 내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점점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먼저 천파부로 갔다.

아래쪽에선 비가 내리더니 산 위는 구름 속이라 안개비처럼 슬금슬금 몸을 적신다.

물기에 젖은 계단길이 무섭게도 미끄럽다. 미끄러지는 사람을 여러차례 봤다. 우리도 조심조심 걸었다.

천파부로 가는 길이 재미있다. 기어서 가기도 하고 구멍 사이로 통과하기도 했다. 바위 사이를 겨우 비집고 지나가기도 했다.

도착해보니 상당히 큰 집이다. 오래전 산 위에 이런 집을 지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구름이 점점 두터워져서 전망이 볼 것이 없어진다.

천파부를 보고나니 배가 고파서 두부조림과 감자 삼겹살꼬치로 점심을 먹었다. 두부구이조림은 한국하고 비슷한데 사천훠궈향이 나서 알싸한 맛이다.

원가계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한국식당안내판과 KFC가 보인다. 맛없는 점심먹은것이 억울해서 치킨쪼가리라도 먹을라고 KFC로 들어갔다 바로 나왔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매장 안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아바타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라 원가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천하제일교로 가도 전망이 안보일 것 같다.

내일이나 모레 날이 맑으면 다시 오기로 하고 백룡엘리베이터로 갔다. 근데 맑은 날을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주 내내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빠르다는 백룡엘리베이터 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단체 표와 개인 표 사는 줄이 각각 다르다. 개인 표는 줄이 길다. 줄 서서 기다리는데 백인이 단체 표 사는 줄에 서서 개인 표를 산다. 중국말 모르니 그냥 넘어가주나 보다.

백룡엘리베이터는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데 싱겁게도 빨리 내려와버려서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엘리베이터내부에 사람을 꽉 채우니 창가가 아니면 밖을 내다 볼 수도 없다. 비싼 돈 내고 줄 서서 1분정도 만원버스 순간체험하는 기분이다. 창가에 선 아가씨가 아래쪽 내다보면서 무섭다는 표정이 재미있다. 자리를 바꾸자고 하니 바꿔줘서 겨우 바깥 구경 좀 했다.원가계쪽은 한국패키지여행코스에 들어있는 곳이라 한국사람들을 만날 줄 알았는데 한 팀도 보질 못했다.
워낙 광활한 데다 중국사람들이 많다 보니 눈에 뜨이 질 않는듯 싶다. 세계 어디서나 만나는 한국인을 장가계에서 못 만난다니 아이러니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금편계곡으로 왔다. 5.7킬로미터의 계곡 길을 따라 걸었다.

산 위에서는 구름 속이라 보이는 것이 없더니 계곡 길은 구름 아래 장가계의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한시간 30분정도 사진 찍으며 올망졸망 걸었다.

금편계곡은 황석채다음으로 장가계국립공원에서 인기있는 볼거리다.

산 위에서 보는 선경속을 계곡 길을 따라 걸으며 즐기는 코스라 신선세계속을 걷는듯 하다.

서유기의 배경으로 딱 어울리는 경치이다.계곡을 나와서 어제 봐 뒀던 식당으로 갔다.

진열된 자라 개구리 미꾸라지 붕어 영원 중에서 난 내 얼굴만한 조개를 하나 골라서 요리해 달라고 했다.
다른 것들은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국답게 개구리는 내 손바닥만 하고 영원도 큰 메기만 하다. 영원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도롱뇽같이 생긴 것인데 중국사람들은 별걸 다 먹는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귤을 사서 호텔로 왔다. 내일은 무릉원 입구 쪽 호텔로 옮긴다. 따뜻하고 아침이 맛있는 호텔이길 빈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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