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로비로 가니 하리가 기다리고 있다. 마나슬루쭘밸리 스페셜퍼밋 수속을 위해서 여권을 가지러 왔다. 일반적인 마나슬루 트레킹은 퍼밋이 두개 필요한데 쭘밸리지역을 가려면 스페셜퍼밋이 하나 더 필요하다. 우리가 직접 퍼밋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 에이전트에 부탁해야한다.

카트만두 시내
카트만두 시내

방에서 뒹굴뒹굴 쉬다가 돈도 찾고 심카드도 살 겸 나갔다. 달러환전하려니 여권이 없어서 안된다. 비자란에 스탬프를 찍어야해서 여권사본으로는 안된다. 할수없이 ATM에서 돈을 찾았다. 심카드도 비자 확인이 안되어서 여권사본으로 구입이 안된다. 사설환전소에서는 여권확인 안하고도 환전해주는 곳이 허다한데 은행 환율이 눈곱만큼 더 좋긴 하다.

옷 수선집을 찾아
옷 수선집을 찾아

등산복 바지 단추가 가출을 했다. 새로 달아야 해서 골목 후비진 곳을 겨우 찾아서 달았다.

수 놓은 것이 예뻐서 하나 구입해서 빨음
수 놓은 것이 예뻐서 하나 구입해서 빨음

손재주 좋은 아저씨가 면 티에 예쁘게도 수를 놓으셨다. 하나에 5천원이란다. 마음에 드는 걸로 일단 하나 샀다. 한국갈때 10개정도 사갈까 싶다. 파슈미나 하나 값이면 열 개를 살수 있다. 파슈미나는 더 예뻐지고 가격은 더 비싸졌다.

솜땀
솜땀

점심을 먹으러 타이식당으로 갔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었는데 맛이 변했다. 솜땀, 팟타이 그리고 라씨를 먹었는데 2만원을 내란다. 부가세를 따로 받는다. 맛도 변했는데 인심까지 사나워졌다. 제대로 바가지 썼다. 태국 길거리음식이 네팔에 와서 귀족음식행세를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침대와 하나가 되어 뒹굴거리다 다시 시내로 나갔다. 지진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시내를 방황했다. 시내는 아직도 복구중이다. 새로 지은 건물들도 지진에 여전히 취약해 보인다. 제대로 지으려면 자본이 필요한 일이니 이해가 된다.

두르바르 광장으로
두르바르 광장으로

두르바르광장도 아직 복구중이다. 쿠마리하우스는 건재한 모습으로 변함없이 서있다. 입장권 요금이 올랐다. 무너진 두르바르광장이라 예전처럼 입장권검사를 철저히 하지는 않는다.

티켓 구입
티켓 구입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도 입장권을 사는 사람은 없다. 복구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티켓을 샀다.

지진 당시 대피소에서 친해진 화가를 찾아 탱화 거리로 갔다. 난장이화가라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못 찾았다.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다.

촛불구입
촛불구입

하누만광장에 가니 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드린다. 나도 3개를 사서 밝혔다.

하누만께
하누만께

하누만신전지킴이께서 축원해주시고 이마에 예쁘게 붉은 점을 그려 주셨다. 내가 올린 촛불을 하누만 앞에 따로 놓아주신다. 엄마가 좋은 자리에 앉은 것 같아 울컥했다. 시부모님 초도 가져가서 좋은 곳에 놔 달라고 올렸다. 지킴이께서 초를 놓고 쉭하는 소리를 내며 손사래로 하누만께 보낸다. 뿌듯하고 감사하다.

지진의 현장을 찾아
지진의 현장을 찾아

지진을 처음 겪었던 골목을 찾아 헤맸다. 골목이 어찌나 복잡한지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당시 대피 장소
당시 대피 장소

그나마 대피했던 주차장은 찾았다. 지금은 텅 빈 주차장이다. 당시 주차장바닥에 앉아서 느꼈던 공포스럽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당시 묵었던 호텔은 복구를 깔끔히 잘했다. 헤리티지호텔이라 원형을 살려서 제대로 복구했다. 지난 추억들이 새로 찾은 도시를 장식한다. 지진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은 골목을 빠져나와 식당으로 갔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어서 저녁은 스테이크를 먹었다.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수박쥬스와 즐겼다. 스테이크를 실컷 먹었는데 2만원 좀 넘게 나왔다. 점심값과 비슷하다. 타이식당은 나의 식당 리스트에서 지우기로 했다.

타멜 밤 거리
타멜 밤 거리

타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얼렁뚱땅 대충들이 조잡스런 조명에 가려진다. 밤에 구경하고 낮에 쇼핑하는 것이 좋다. 조명에 속아서 사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눈으로 즐기고 호텔로 돌아왔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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