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정글

오늘은 하루 종일 지프사파리투어하기로 한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갔다. 호텔에서 하는 투어를 신청했더니 호텔식당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놓았다.

카누를 타고
카누를 타고

우리 두 명만 지프를 타고 온종일 치트완 국립공원 안을 헤매는 투어다. 그룹에 조인하면 소란해서 동물보기가 어렵다는 바람에 개별투어를 하기로 했다. 우리 두 사람에 가이드 두 명과 기사가 동행한다.

7시30분에 호텔을 출발해서 강가 선착장으로 갔다. 안개가 자욱해서 몽환적이다. 강변 산책하는 기분이다. 선착장에서 카누를 타고 강을 건넜다.

지프
지프

강을 건너니 지프들이 대기 중이다. 지프한대에 좌석이 9개가 있다. 지프 개조한 스타일이 네팔답다. 대형지프에 우리 둘이 널찍하게 자리 잡았다.

전망대
전망대

지프는 달려서 군인이 관리하는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치트완 국립공원은 군인들이 관리한단다. 매 5km마다 군인부대와 초소가 있다. 군인들과 부대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단다.

퍼밋을 체크하고 지프는 정글을 달린다. 달린다고 하지만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다. 가이드 둘이서 매의 눈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을 찾아준다.

나무 위 원숭이들
나무 위 원숭이들

나무위에는 원숭이가 있고 풀숲사이로는 공작새가 수시로 나타난다. 사슴도 드물게 보인다. 5개월전 대홍수로 사슴들이 많이 떠내려가서 숫자가 줄었단다. 강바닥을 달려가는 몽구스도 봤다. 빨리 움직이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은 것이 아쉽다.

사슴
사슴

큰 호숫가 전망대에 올라가 조망을 즐기기도 했다.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서 호수인지 강인지 구별이 안 된다. 조금씩 안개가 걷히긴 하는데 아직도 시야가 흐리다. 해가 나오지 않으니 춥기까지 하다. 돈내고 추위에 떨면서 뭔 생고생인가 싶다. 동물원이나 텔레비전에서 질리게 보는 동물인데 말이다. 비싼 돈내고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다.

작은 개울을 건너려고 가는데 블랙베어를 만났다. 치트완에서 블랙베어를 보는 것이 의외다. 우리를 보자 잽싸게 도망친다. 곰이 미련하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말보다 빠르다.

지프가 다시 달려서 강을 건넌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도시락을 알차게 준비해줬다. 배부르게 먹었다.

정글 트래킹 중인 사람들
정글 트래킹 중인 사람들

강을 걸어서 건너는 사람이 있다. 정글트래킹중인 모양이다. 정글트래킹도 반드시 가이드를 동행해야한다. 두 사람이 우리와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가다가 깜짝 놀란다. 코뿔소가 길 한가운데 버티고 있다.

코뿔소와 우리 일행들은 한참을 숨바꼭질을 했다. 코뿔소는 원래 혼자 다니는 동물이란다. 새끼를 데리고 다니거나 물가에서 물을 마실 때나 여러 마리를 동시에 볼 수 있단다. 10년 전에 코뿔소가 오줌 누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에는 따루족 가이드가 설명해줬는데 코뿔소오줌은 약으로 쓰이기도 한단다. 믿거나 말거나

코뿔소를 보내고 우리는 호랑이를 보기위해 장소를 옮겼다. 작은 호숫가에 가끔씩 호랑이가 물을 마시러 오기도 한단다. 지프를 달려 작은 호숫가로 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도 안 보인다.

악어사육장
악어사육장

악어사육장으로 갔다. 악어를 나이별로 다른 우리에 넣고 기르고 있다. 오래된 악어는 내 키보다 두 배나 더 크기도 하다. 세상 모든 새끼는 귀여운 데 악어새끼는 귀엽지 가 않다. 눈을 보면 섬뜩하다.

악어를 보고 지프를 달려서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강가에 무수히 많은 악어들이 일광욕하려고 나와 있는 모습을 봤다. 악어근처에는 수많은 새들이 덤불속에 자리집고 있기도 하다.

공작수컷이 꼬리를 있는 대로 펴고 춤을 추고 있다. 꽁지를 까닥거리며 암컷들 앞에서 재롱을 떤다. 춤이라는 것이 꽁지를 까닥거리면서 슬슬 도는 것이다. 참 우아하게도 춤을 춘다.

돌아가는 카누
돌아가는 카누

드디어 치트완국립공원 지프사파리를 마쳤다. 반나절투어나 한나절투어나 보는 건 비슷한 듯싶다. 조금 더 정글깊이 들어가고 동물들 볼 기회가 좀 더 있다는 정도다. 하루 종일 지프타고 덜컹거리는 길을 달렸더니 삭신이 아프다.

저녁은 라면으로 때웠다. 한 것도 없이 점심을 많이 먹어서 배가 안고프다. 트래킹에서 빠진 살들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다. 정신 차려야겠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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