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최우선 순위는 성공적인 결혼이다. 일반기업처럼 사업 모델과 조직이 이미 완성되어 효과적으로 이를 경영하고 관리하여 지속경영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물론 일반기업도 시장과 경쟁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하고 이에 실패하면 생존과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이미 완성된 모델과 조직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이를 만들어가고 입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문제는 사업적 도전을 위한 절대적 필수요소를 반쪽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나머지 반쪽을 만나는 일이다. 사업적 시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반쪽을 만나 성공적인 결혼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멋진 아이디어로 끝난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또 다른 반쪽은 무엇인가? 이는 명백하다. 스타트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나 혁신적 사업모델과 결합할 또 다른 반쪽은 자본(돈)이다. 물론 자본도 자신의 또 다른 반쪽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들은 서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고 만나려고 애를 쓴다. 서로 맞는 짝을 만났을 때 가치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했을 때 그들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CFO는 가장 적합한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봐야 한다. 왜 적합한 상대인지 알아야 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나가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상대는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상대가 왜 결혼하려고 하는지,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만약에 적합한 상대라는 판단이 들면 프로포즈 해야 한다. 프로포즈의 방법과 절차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가장 현명하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과 절차로 프로포즈 해야 한다. 상대가 확신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상대가 승낙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로가 원하는 목적과 상황에 맞는 대등한 결혼을 하려고 노력하고 협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결혼해야 한다. 단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결혼은 성공적인 이혼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CFO는 결혼할 때 했던 약속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결혼했는지 항상 명심해야 한다. CEO와 조직 구성원들이 이에 집중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더불어, 결혼 상대자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잘 가이드해 나가야 한다. 스타트업 CFO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기여와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돈만 벌어다 주는 남편이나 부인만을 요구하거나 살림만 해주는 부인이나 남편만을 요구한다면 성공적인 결혼생활이 될 수 없다. 기본적인 역할이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결혼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스타트업 결혼의 목적인 성공적인 이혼을 이루는 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왜 이혼을 전제로 하는가? 스타트업은 창업단계에서 사업모델을 입증하는 단계까지를 기본기간으로 한다. 즉, 복무기한이 있다. 이후의 기간은 특별히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 특징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기업활동의 범주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할 때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통하여 목적한 기간 동안의 목표를 달성하면 헤어진다. 이혼할 때 서로 만족할 만큼의 '위자료'를 위해 최선의 결혼생활을 한다. 물론 교제하고 결혼할 때 둘 다 결혼의 목적이 성공적인 이혼과 위자료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 이를 위해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성공하면 이혼한다.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이혼 방법은 M&A와 IPO가 대표적이다. 이혼 방법과 시기를 제시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 만약에 결혼생활에 실패하여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쿨'하게 헤어진다. 약속한 결혼생활과 목표에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문제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분쟁이 생긴다. 스타트업 CFO의 핵심적 역할은 성공적인 결혼과 이혼을 이루는 것이다. 즉, 성공적인 결혼과 이혼 전문가이다.

* 이 글은 '스타트업 CFO 과정'에서 LB인베스트먼트의 구중회 전무가 강의 중에 "스타트업 투자는 결혼해서 둘 다 위자료 왕창 받고 이혼하는 게 목적"이라는 표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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